스크랩..2008. 6. 4. 00:43

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806021750365&code=980201

2002한·일월드컵 이탈리아와의 16강전 때의 이야기다.

전반전이 끝나고 선수들이 라커룸으로 들어왔다. 안정환은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페널티킥을 실축했고, 한국은 0-1로 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히딩크 감독은 안정환에게 페널티킥 실축에 대해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경기가 끝날 때까지 교체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 알다시피 안정환은 극적인 연장 골든골로 한국을 8강에 끌어올리며 히딩크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감독이란 이런 것이다. 뛰어난 감독은 전술·전략을 따지기 이전에 선수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그라운드에서 100% 이상의 능력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은퇴한 최진철은 “히딩크 감독은 선수들의 심리를 파악하고 활용하는 데 탁월했다”고 말한다.

그런 면에서 허정무 감독이 요르단과 2-2 무승부를 이룬 뒤 “징계 중인 골키퍼 이운재의 사면을 협회에 건의해보겠다”고 공개적으로 말한 것은 ‘긁어 부스럼’이었다.

이운재는 지난해 7월 아시안컵 대회 도중 숙소를 무단 이탈해 술을 마신 사실이 밝혀져 그해 11월2일 대표선수 자격정지 1년의 중징계를 받았다. 공교롭게도 이운재는 올해 프로 16경기에서 9골만 내주며 수원의 무패행진을 이끌고 있다. 감독이 최고의 선수를 국가대표로 불러들이고 싶어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이운재는 11월이나 돼야 대표팀 합류가 가능하다. 허 감독이 기대하는 조기 사면도 징계 기한의 3분의 2가 지나는 7월이 돼야 대상이 될 수 있다.

결국 지금 당장은 이운재의 사면도, 대표팀 발탁도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될 일도 아닌 희망사항을 말하면서 허 감독은 속마음만 들켜버렸다. 김용대나 정성룡, 김영광 등 세 명의 골키퍼를 믿지 못하면서 마지못해 데리고 있다는 것을 만천하에 알린 것이다. 허 감독은 이들이 받을 마음의 상처나 자존심의 훼손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듯하다.

어찌됐든 앞으로 1주일 간격으로 이어지는 요르단과 투르크메니스탄의 원정 2연전과 북한과의 홈경기엔 좋든 싫든 이들을 쓸 수밖에 없는 데도 말이다.

감독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과연 온몸을 던질 수 있을까.

이운재 사면을 운운하기 전에 선수들 마음부터 살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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